오늘은 조경의 꽃, 조경학도와 조경설계를 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해봤음직한 '현상설계'의 예를 하나 가지고 왔습니다. 


여기서 잠깐, 현상설계가 뭐냐면요~


 

현상설계란, 쉽게 말씀드리면 학생분들과 일반인들도 가끔 하시는 '공모전' 과 비슷한 설계공모방식입니다. 

특정 업체들이 견적을 제출하여 '입찰' 하는 것이 아닌, 다수의 (종종 제약까지 없는) 참가업체, 혹은 참가자들이 

다양한 디자인인을 제출하는 방식입니다. 때문에 좀 더 많은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필요로하는 공공기관, 관공서, 

공원 등이 주로 시행하곤 하지요. 

그 예로 얼마전 용산미군부대에 새로이 조성될 공원의 계획안도 이 '국제 현상공모' 에서 탄생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장의 공사보다는 얼마나 다양한 아이디어와 디자인이 도출될 수 있느냐 하는 일종의 '경기, 

콘테스트, 콘뻬'라고 보면 되겠네요.



어쨌든 이번에 소개해드릴 공모전은 "당인리 서울화력발전소 공원화 현상설계" 입니다.


한 해에도 수많은 현상설계가 공고되지만 이 현상설계는 조경계에 있어 조금은 특별한 설계입니다.

그 설명에 앞서 일단 설계에 대해서 살짝 언급하겠습니다




서울의 산업을 책임진 80년 역사의 화력발전소... 이제 그 자리를 '자연'과 '문화', '사람'이 대신한다





이번 공모의 대상지가 된 "당인리 화력발전소"는 1930년 건설 된 우리나라 최초의 화력발전소라고 합니다. 

이후, 1993년 청정연료인 천연가스로 에너지원을 전환하여 지금은 "서울복합화력발전소"라고 바뀌어 불리고 있죠.  약 80년의 역사를 가지고 서울산업시설의 발전시설로 가동된 당인리발전소. 


그런데 요즘에는 이렇게 외부로 노출된 산업시설들을 땅 속 시설로 옮기는 "지하화" 사업을 거치고 그 상부를 공원이나 여러 문화복합시설로 바꾸는 사업을 많이 시행합니다. 요즘 도심, 특히 서울시는 미적인 측면, 그리고 기능적인 측면을 향상시키고자 당인리 발전소도 지하화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죠. 그리고 그 발전소가 자리했던 상부의 부지를 주변 시민들의 생활터전으로 변모하는 사업을 추진중에 있습니다.




특히 서울의 상징인 한강을 둘러싸는 구역, 즉 한강변의 경관개선이 중요하게 생각되고 있는 요즘, 그 구역들이 정비되어 새로운 모습을 갖추어가면서 합정, 그리고 당인리 또한 공간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당인리 발전소가 있는 합정은, 여의도의 건너편이자 강북부의 다양한 문화공간이 함께 존재하는(신촌, 홍대, 한강시민공원, 상암 등) 중심점의 역할을 하는 공간입니다. 


문화산업과 친환경, 사람중심의 생활환경이 중요시되고 있는 요즘, 산업화의 모습에서 점차 사람을 위한 공간의 모습으로 변모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이지요. 위와 같이 시민들이 즐기는 공간인 월드컵공원, 한강시민공원, 홍대, 신촌지역을 잇는 그 중심점에 합정이 존재하고, 따라서 당인리도 그 구역에 걸맞는 공간이 되어야 했습니다. 주변의 도시환경이 문화,예술,사람중심으로 변모해가고 있는데, 당인리 발전소도 그와 같은 시대의 흐름을 따를 때가 온 것입니다.




산업유산과 역사성 뿐만 아니라, 대상지의 입지적 특성도 ‘공원화’의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홍대화 경의선 폐선구간을 활용 한 걷고 싶은 거리 등이 위치하고 있구요, 절두산 순교지, 강북강변도로 및 한강이 인접해 있습니다. 교통요건도 참 좋습니다. 지하철 2호선과 6호선이 만나는 합정역이 위치하고 있고, 대상지 지하철 6호선 상수역이 위치하고 있죠. "사람"이 다가가기 좋은 위치라는 겁니다. 



따라서 이번 공모는 공원계획의 방향을 아래와 같이 제시했습니다.




1. 경제, 사회, 문화, 환경 등에서 복잡성과 다양성, 유동적인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역동적인 공원

2. 변화하였지만, 장소성과 역사성을 지닌 공간

3. 도시 + 자연 + 대상지의 역사성 + 문화 = 문화에코톤(Culture Ecotone)

4. 하지만 동떨어진 구역이 아니도록! 주변과 흐름, 소통을 가능하게하는 융화되는 공간

5. 공원으로 하여금, 주변 지역의 경제, 문화, 사회, 환경 등의 활성화와 재생을 유도 

    ->도시재생형 공원 의 한국형 모델창조


 


즉, 새로운 공간을 제시하되 이곳이 서울의 역사, 지역의 역사, 서울의 산업발전에 이바지한 당인리발전소의 역사를 잊지 않고, 주변 공간과 어우러지며 다양한 기능을 담아 주변 지역과 충분히 어우러들수 있는 공원...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까요? "새로워지되 잊지는 말며 특별해지되 어우러 질 수 있는 도시재생"의 공간이 될 곳.




공모전에는 또 하나, "공모지침" 혹은 "설계지침" 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발주처, 여기서는 공모를 내건 (주)한국중부발전과 마포구가 대상지의 상황에 맞게 설계 중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같은 것을 제시하는 겁니다. 그 규칙안에서는 마음껏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이지요. 설계지침은 워낙 고려해야할 것이 많아 사항도 다 언급하기 힘들게 많지만, 몇가지만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이 설계지침을 보는 것으로도 앞으로의 당인리 공원이 지향하는 방향을 알 수 있기때문에, 앞으로 이곳에 생길 공원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는데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1. 현재 운영중인 4,5호기 발전소는 지하발전시설이 완공된 이후에는 발전기능을 종료하고 문화창작발전소로 

    재조성할 계획

 ->문화창작발전소로 전환될 4,5호기 발전소는 근대산업유산으로서의 가치유지(역사성,지역성)하면서 문화예술시설로 사용

 ->따라서 이와 관련된 공원계획안이 필요하다 : 역사성, 상징성을 지키면서 문화창작발전소 관련기획에 따른 활용 제안


          2. 대상지가 시민을 위한 휴식처인 동시에 다양한 문화, 체육 활동이 벌어질 수 있는 공원으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과 공간계획 전략을 제시하여야 한다.

          

          3.시민의 여가와 휴식뿐만 아니라 서울을 대표하는 도시재생공원화의 명소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상지 내 

            문화창작발전소(4호기, 5호기 발전소) 및 한강과 연계하여 역사․문화적, 경관적, (생태)환경적, 기억과 의미와 

            가치를 발굴하고 프로그램 및 계획화를 통해 마포구 및 서울 도시마케팅의 대표적 장소가 되도록 한다.


      4. 대상지 내․외부, 시설과 구조물, 에너지와 생태, 시설물(인프라), 생태, 예술, 또는 문화와 (자연)생태, 지형 

         구축과 인프라의 중첩 등과 같이 주제간, 재료간, 프로그램간 다양하게 상호 혼성과 융합을 통한 창의적 경관을 

         추구하는 계획이 되어야 한다.  


      5. 대상지 공원화 사업은 물리적 계획안과 함께 완성 후 수익창출을 통한 공원경영(관리재원 조달 등)과 

         관리(주민참여 등)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프로그램, 계획 및 전략을 고려한다. 

  


 

간단하게 축약하였구요,(말이 참 어렵죠.. 최대한 간단하게 줄인다고 했습니다만..) 이 외의 설계에 필요한 사항들은 다 적지 않았습니다. 당인리 공원이 어떤 모습이 될지 상상해보시라는 뜻에서 살짝 언급만 해 보았습니다.



당선작은 '조경설계 이화원' “Blowing Urban-Plant: 도심 속 새로운 문화의 바람을 불어 일으키는 도시발전소” ..




공모전에 대한 소개는 이쯤하도록하구요, 이렇게 공고된 공모전에서 '조경설계 이화원' “Blowing Urban-Plant: 도심 속 새로운 문화의 바람을 불어 일으키는 도시발전소” 가 최우수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자료 : 라펜트 기사)








째미가 한 설계가 아니라 이러저러하다는 언급을 하기 조심스럽고 어렵습니다만, 우리 조경을 공부하고 일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한 주제의 공모, 한 공원을 위해 정말 수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고려한다는 것을 아셨으면 하는 뜻에서 조경전문사이트에 올라온 패널 이미지를 올려봅니다.

 

공간의 특징을 잡아내기 위해 생각한 과정, 주변도시의 이해, 시설의 활용방법, 사람들이 이용하는 방법, 수체계, 생태계 특징, 에너지활용방법, 경관, 야경, 앞으로의 효과 등등등... 한 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이만큼, 아니 이보다 더 많은 것을 생각하고 고심합니다. 




2,3등의 작품은>> "당인리 서울복합화력발전소 공원화 현상설계"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조경계에는 뜻깊은 현상공모.... 오직 '조경'이 채웠던 당인리의 새로운 모




이 공모전에는 산업화의 도시모습을 환경, 문화, 예술, 사람이 어우러지는 도시재생 공원으로 조성되는 것에 의미가 있었지만 더 뜻깊은 점은 바로 "조경"만이 제시했던 안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사실 이 공원화 설계공모는 처음에 주최측에서는 '으레 그래왔듯'이, 건축현상과 국제현상공모로 진행되려고 했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기에도 '공원'이란 외부공간을 다루는 조경의 영역으로 보이는데 어째 언제부턴가 대부분 건축분야가 중심이 되어 진행하고 있는 모습을 째미도 심심찮게 보아왔습니다. 조경은 그 건축이 주가 된 '컨소시엄(여러 분야가 뭉쳐 한 회사의 이름으로 모인..집단같은?)' 속에 속해왔었죠. 실제로 조경의 주력공간이자 고유의 영역이 바로 '공원'인데 말이죠. 게다가 요즘에는 "국제"현상설계라고 하여(용산공원이 대표적) 국내의 유수 조경가들이 쉽사리 본인들의 작품이나 생각을 펼치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흐름의 맥을 국내 조경가의 우수성, 국내 조성사례, 외화낭비, 현상설계공모 경비의 과다 등의 사유를 들어 ‘국내 설계경기, 조경가의 참여마당’으로 전환시키는 데, 조세환 전문위원(한양대교수) 및 여러 조경관계자분들이 수고해주셨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조경의 발전에 힘쓰는 (사)한국조경학회가 당당히 주관기관이 되기도 했구요. 


처음 공고때부터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던 째미는 오직 조경가들이 아이디어를 펼칠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된 것같아 기뻤습니다. 사실 토목, 건축과 섞여 조경의 고유한 특성을 보여주는 기회가 잘 없어 안타까웠는데 순수하게 조경인들이 모여 조경의 특성을 나타내고, 도시의 모습도 생각하고 다룰 수 있다는 사례를 만들어가는 것,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현상공모에서 그치지 않고, 이 안의 설계가 조경의 주도하에 지속되어 '조경' 이라는 분야에서 이 당인리 공원을 만들었다는 '의미'가 남는 일, 많은 조경인들이 바라는 일일 것입니다. 조경이라는 분야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조경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는 요즘, 이같이 '기록'에 남고 '공간'으로 조성되는 여러 조경계의 움직임이, 조경가의 사회적, 문화적 기여도에 대한 인식의 제고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게 합니다.


 그래서 이 '당인리 발전소 공원화 현상설계'는 조경인에게 의미있는 현상공모가 된 것 같네요.



'조경,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fin.

 








      잼있는 째미/잼있는 디자인  |  2013. 11. 12. 05:01
2013.12.20 05:33 댓글에 댓글수정/삭제
안녕하세요...
궁금한 점이 있어서 질문을 드립니다.

1. 공모전의 사이트 성격이 Brownfield 같은데... Brownfield를 Phase로 어떻게 다루겠다는 제안이 없는듯 하네요.... 다른 등수에 든 것들 혹은 당선작이 아니더라도 이 이슈에 대해서 언급한게 있는지에 대해 궁금합니다.

2. 도시 재생은 간단하게 이야기 하자면 community 의 활성화 인데요, 즉 그지역의 주민에 의견을 듣고 또한 그지역의 역사를 반영해서 설계를 하겠죠. 즉 다시 말해 그 지역의 community가 죽었다 혹은 약하다 따라서 그 지역의 주민들에게 의견을 듣고 다시 재생 시키자 머 이런 이야기 인데요..소개 해주신 당선작은 지역의 역사를 반영해서 설계를 한것 뿐인데.. 그지역의 주민을 어떤 방식으로 의견을 통합하겠는지에 대한 설명 혹은 다이어 그램 이없는데요... 이 이슈를 말씀 드린 이유는 지금의 community 형성을 보면 그 지역 사람들로 community 가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주로 인터넷 동호회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 즉 그 지역의 community가 강하지 못한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Community의 의견을 반영하는지에 대해서 혹은 "이런 이슈를 어떻게 해결하겠다" 라는 것을 언급한 작품이 있었는지 혹은 있었으면 소개좀 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3. Ecotone.. 제 생각에 이 개념은 생태 개념으로써 동물 혹은 식물들의 서식지(patch)를 경계(edge 혹은 boundary)로 구별 못하고, A라는 동물군 혹은 식물군 과 B라는 동물군 혹은 식물들이 서로 공유하는 영역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 하고 있는데요(애매모호성)... 문화 , 역사, 자연 그리고 도시의 경계를 서로 공유 내지는 경계의 애매모호성을 반영한 개념으로 설계안을 만든 작품이 있었다면 소개 부탁 드릴께요...

제 생각...
1. 이 공모전의 성격은 굉장히 좋았으나, (제가 심사위원이 누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당선작들이 일반적인 조경 설계를 한것 같아서 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고 여쭈어 봅니다.

2. 이 공모전의 아쉬움과 기회.... 도시란 조경 하나로써 설명이 불가능 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이유는 도시는 문화, 역사, 전통, 경제, 정치 그리고 인간등의 유기적 관계의 집합체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공모전은 다른 영역과의 coordination이 굉장히 중요하며, 조경가는 Prime으로써 다른 영역의 의견을 듣고 종합하고 시스템을 만드는 공모전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공모전에서는 아쉽게도 coordination work을 안한듯 해서 아쉽습니다. 이 공모전에서 우리는 조경가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 혹은 고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계기는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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