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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는 최대한 자제합니다. 하지만 민감하신분들은 감상후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뜨거운 감자', 뚜껑을 열 때만을 기다리다




앞선 포스팅에서 변호인의 예고편을 여러번 올리면서 이 영화의 개봉일만을 기다려왔습니다.

故 노무현전대통령의 변호사시절 이야기를 그린 영화라기에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던 영화 '변호인'...12월에 프로젝트 2개를 돌려가면서 잠도 제대로 못자던 하루하루를 지내는 동안에도 변호인 개봉일만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12월 19일'만을 기다려오면서 12월을 보내오던 때, 참 하늘의 뜻이 있었는지 주말에 일찍퇴근을 하였습니다. 간만에 온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째미는 부모님과 함께 심야시간대에 바로 이 '변호인'을 보게 되었습니다.


연예대상이 한창인 밤시간에 퇴근한 이유도 있었지만 저녁시간대의 표가 거진 매진이 되어있었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12시도 넘은 심야시간대에 영화를 보게 되었지요. 개봉전까지, 그리고 좌석에 앉아 영화가 시작하기까지 기다리면서 수도 없이 추측과 기대를 했습니다





'송강호가 그려내는 노무현의 모습이란 어떨까'

'혹시나 정치색이 강하거나 이념이야기가 강해서 불쾌하진 않을까'

'송강호는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할까 노무현의 모습이 보이게끔 연기를 할까'

'80년대의 사건으로 지나치게 선동하거나 영웅화한다거나 찬양하는 것은 아닐까'


영화의 첫 장면이 뜰 때까지도 기대만큼이나 걱정이 앞섰습니다. 아무래도 특히 이분의 이야기라면 인터넷에서 아주 극명하게 갈리고 싸움이 나는 마당에 그분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영화를 제작하다니. 개봉 전부터 넷상에서의 반응은 극과 극이며 심지어는 송강호를 비난하는 여론까지 생겨날정도였으니까요. 게다가 그 심야시간에도 극장을 꽉 매운 관객들의 모습도 한몫했습니다. 어찌됐건 뜨거운 감자임에는 부정할 수 없기에, 기대와 걱정과 흥분이 뒤섞인 심정으로 드디어 이 영화의 뚜껑을 열었습니다.



'그 분'을 보러 간 영화, '그 분'은 없었다





정말 신기합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이야기라기에 보러 간 영화는 한사람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어떤 벅참과 먹먹함, 속상함이 뒤섞인 눈물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등장인물의 선동적인 면, 혹은 영웅적인 면에 감화되어 나는 눈물이 아니었습니다. 아니, 그런 면은 느낄수도 없었지요.  그저 가슴 속에서 무언가 묻어져 있던 감정이 울컥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 비슷한 감정을 아마도 '레미제라블'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것 같습니다.

"Do you hear the people sing?' 이라는 노래를 부르던 앙졸라의 모습이 '국가란 국민입니다' 라고 소리지르던 송우석 변호사의 모습과 겹쳐보였습니다.

그 분을 보러 갔지만 영화가 끝난 후 남은 건 그분이 아닌 80년대 격동의 시대를 산 민중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먹먹함과 갑갑함.. 그 먹먹함 속에는 돈 잘~ 벌던 사업수완 좋은 세무전문변호사, 데모하는 대학생들에게 서울대씩이나 다니면서 데모질이냐며 나무라던 기득권 변호사 송우석이 변화한 모습이 있었습니다.


'상식'에 너무나 맞지 않은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보며 '이런게 어딨어요 이라믄 안되는거잖아요' 라는 말과 함께 돈보다, 명예나 편안함을 뒤로한 채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을 위해 태도를 바꾼 그 모습.. 

30년이 지난 2013년 지금도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을 향해 송우석 변호사가 대신 외쳐주는 것 같아 먹먹했습니다. 아, 지금도, 아직도 멀었구나. 지금도 그때와 다를바가 없구나. '상식' 적으로 행동하는 송우석변호사 같은 사람이 있다면.. 지금은 더 나아질 수는 없는걸까.. 이런 여러가지 감정이 뒤섞여 뭐라 말로 형언할 수가 없더군요.



하지만 지극히 정치적인 색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선동이나 영웅화시킨 영화도 아니었습니다. 노무현의 모습이 담긴 일대기는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배우 송강호라는 정말 배우라기보다는 예인에 가까운 그가, 아주 새로운 인물로 탄생시켰습니다. 어쩌면 허전하고 어설플 수 있을 스토리를 송강호라는 배우가 그 틈을 꽉 매우다 못해 영화가 끝난 후에도 여운을 이어갈 수 있게 했습니다. 대사연습을 하지 않는다는 송강호씨가 처음으로 대사 연습을 하고 누구보다 먼저 와서 리허설을 하고, 테이크를 더 찍어가며 그 감정을 완성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인터뷰로도 이 영화가 얼마나 괜찮은 영화인지 알 수 있겠죠.





그뿐인가요, 그 시절, 국밥을 한그릇 푹~ 퍼주는 인심 좋은 어머니인 김영애씨, 무거워 질 수 있는 분위기를 웃음기를 더해준, 그 시절 소시민의 모습을 보여준 오달수씨, 송우석 변호사에 전혀 지지 않고 기싸움을 벌였던 검사역의 조민기씨와 차동영경감역의 곽도원씨...(인간쓰레기 전문배우라 하시던데 이 또한 그 시절의 인간 군상 중 하나였을듯 해서 밉지는 않더군요) 그리고 아이돌이란게 무색할 정도로 완전 빛난 연기를 해준, 이 덕에 송우석 변호사가 빛이 났던 임시완군 까지... 연기를 참..너무 실감나게 해서 가슴이 아프더군요 ㅠㅜ

그 외 남자의 진짜 우정과 그 시절 웅크리고 있는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준 기자역의 이성민씨, 증인 역할을 한 군의관역할의 심희섭씨도 매우 인상깊었습니다. 영화를 볼 때는 그저 밉고 안타깝고 불쌍하고 화가 났지만 영화를 다 본 후 다시 곱씹어보니, 아, 이 모든 모습이 그 시절의, 그리고 지금도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일 뿐이었구나. 싶더군요. 악인도, 의인도 없이 그저 그 시절을 나름의 모습으로 살았던 겁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그분'의 영화가 아닙니다.

이 영화는 '우리들'의 영화입니다.



아, 정말 많은 생각이 겹칩니다. 좋은 영화 잘~봤다는 감정, 법과 상식이 무색해지는 그 상황에 대한 억울함과 답답함, 변호인을 응원하는 흥분, 고문과 협박의 모습을 보는 안타까움, 그분에 대한 기억, 마지막 장면에 대한 울림, 지금 현실에 대한 씁쓸함과 답답함, 그래도 실낱같은 희망.... 정말 어떻게 정리해야할 지 모를 감정들입니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감상을 쓰려했지만, 결국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이어가게 되는군요. 



그래서 재관람을 하려고 합니다. 억울함과 분노, 슬픔이 휘몰아쳤던 첫 관람과는 달리 조금 더 생각과 감정을 추스리고 재관람을 해서 조금 더 정돈된 감상을 가지려 합니다.




영화소개 프로그램에서 평론가들의 이야기를 첨부했습니다. 김태훈 평론가의 한줄평이 이 영화의 모든걸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죠.


'누구의 이야기인지보다 무엇을 이야기하려는 것인지 생각해보자'


이 영화를 보기전, 그리고 보고 난 후에 저 한줄을 꼭 생각하면서 감상하면 좋겠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가를 본다면, 노무현이 없는 영화라도 마음에 와 닿습니다.




끝으로 변호인의 1년여간의 제작기를 담은 영상을 보여드리면서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배우, 감독뿐만 아니라 이 영화를 위해 구슬땀을 흘린 많은 제작진, 스태프 여러분들, 5일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한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고 계시겠지요? 


'Do you hear the people sing?' 이 영화의 흥행으로서 우리는 소리없는 아우성을 외치고 있습니다.

들리나요?? 우리의 외침이! 영화 '변호인'은 지금 우리 민중들의 '변호인' 입니다. - fin






      잼있는 문화/잼있는 영화  |  2013. 12. 25.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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